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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리뷰

[책 생각] 소설 문 줄거리, 특징, 감상 - 나쓰메 소세키 / 송태욱

by 다롱이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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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문
  • 저자/출판사: 나쓰메 소세키 / 송태욱(십자군 이야기 역자) / 현암사
  • 읽은 방법: yes24 북클럽 전자책
  • 읽은 기간: 2022. 4. 25. ~ 4. 28.
  • 주제: 차마 과감할 수 없는 인간의 처지에 대한 이야기, 자연의 불합리한 운명 앞에 꺾이지만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한가지 달콤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 가독성: 높음(번역이 아주 매끄러워 이질감도 없음)

 

1. 줄거리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1909년 10월부터 다음 해 봄까지.


서로 사랑하는 부부인 소스케와 오요네가 있다.
절벽이라는 자연을 앞두고 살고 있다.
소설 속 '소스케 부부는 세상의 햇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추위에 서로 껴안아 몸을 녹이는 식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다.'는 글처럼 그렇게 살았다.

그들은 더 나아질 자신들의 미래를 희망하며 살아가지 않는 듯 보이고, 또 그런 미래를 감히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현재를 포기하지도 않고 하루를 견뎌낸다.

부부는 과거에 지은 죄를(죄라고만 하기도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회피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사랑의 마음을 두 손으로 잘 감싼 채 몸으로는 죄의 벌인 채찍질을 담담히 받아내며 살아간다.

하지만 세월이라는 핑계로 그 죄의 기억만은 묻어두었는데,
겨울이 다 가는 동안 소스케는 다시금 그 기억의 문을 마주하게 되고 문턱에서 주저하게 된다.

운명이 전혀 강인하지 않은 소스케네 부부를 또다시 치고 들어오려고 한다.

2. 특징



문장이 매우 아름답다. 소설 곳곳에 오묘하게 아름다운 단어, 문장이 꽃피어 있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인해 어둡고 더럽고 차가운 장면조차도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의 처지는 더 슬프게, 그들의 사랑은 더 애틋하게, 그들의 미래는 더 두렵게 느껴진다.

처음 읽어 본 나쓰메 소세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어렴풋이 생각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 문은 색깔에 노래가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노랫가락이 너무나도 매정해서 미운 것이고.

3. 감상



1)

"응, 하지만 또 금방 겨울이 오겠지 하고 대답하며 고개를 숙인 채 가위를 움직였다."

소스케와 오요네는 자력으로 겨울이라는 자연의 흐름을 극복할 수 없다.
그저 견뎌내고, 견딜 수 없게 되면 피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연의 흐름 앞에서 서로의 존재를 포기하지만은 않는다. 그들의 내부로 더욱더 뿌리를 뻗어 나간다.

소스케는 찾은 산문에서 '부모미생전면목'이라는 공안을 받았는데,
결국 소스케, 오요네, 야스이 사이에서 생성된 삼각의 굴레를 초연히 초과하지는 못하고 만다.
삼각형의 두 꼭짓점인 소스케와 오요네가 마치 소설 속 '두 사람의 정신을 구성하는 신경계는 최후의 섬유에 이르기까지 서로 껴안고 있었다.'라고 할 수 있음에도,
아무리 삼각형의 두 꼭짓점이 맞닿을 정도로 붙는다 해도 결국 나머지 하나의 꼭짓점이 남아 있는 삼각형일 뿐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다음 겨울은 또 찾아오고야 말 것 같아 더욱 슬프게만 보인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그들에게는 봄 역시도 겨울의 연장선이어서 희망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

"당신은 남한테 몹쓸 짓을 한 적이 있어. 그 죄 때문에 벌을 받아서 아기는 절대 못 키워"

소스케에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던 오요네의 아내로서의 처지와 남편에 대한 배려로서의 고마움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운명의 채찍질을 당해가며 죽음을 향해가는 오요네의 그 웃음이란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를 짐작하자니 막막히 가슴이 맺혀온다.

좋은 일은 기대할 권리가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고백을 하는 소스케 부부의 모습은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하는 나로서도 안쓰럽기만 하다.

야스이도, 오요네도, 소스케도 눈물을 머금고 겹겹이 쌓여가는 죽어가는 개구리일 것이다.
우리네 인생이라 봐야 역시 그런 불행한 개구리 아니면 그걸 생각해도 좋은 처지로서 행복하다는 착각 속에 살아가는 인생이지 않을까.


3)

"길은 가까운 데 있는데 오히려 멀리서 찾는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도무지 알아채지 못하지요"

소설 '문'은 '산시로', '그 후'와 함께 3부작(순서는 산시로, 그 후, 문 순인 것 같다)이라고 하니, 이번에는 '그 후'를 읽어보고 싶다.

소설 문의 배경, 경치, 인물, 무엇보다 그 애달픈 정서에서 아직 헤어 나오기 힘들다.
옛날 어느 서정적인 일본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온 동네가 눈으로 덮여 있고 그 모습이 오래 지속되면서 애끓는 배경음악이 흐르는 장면에 풍덩 빠진 듯하다.

나쓰메 소세키는 이런 것인가 하는 호기심도 일고, 그래서 그의 소설 모두를 읽고 싶어 진다.
또 역자인 송태욱 님의 번역을 통해 더욱 그 장면에 적절한 색깔이 더해진 것 같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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