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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리뷰

[책 생각]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줄거리, 특징, 감상 - 올더스 헉슬리 / 안정효

by 다롱이 202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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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
  • 저자/출판사: 올더스 헉슬리 / 안정효 / 소담출판사
  • 읽은 방법: yes24 북클럽 전자책
  • 읽은 기간: 2022. 4. 7. ~ 4. 13.
  • 주제: 디스토피아 또는 유토피아, 인간성의 가치, 고통과 불행의 수용
  • 가독성: 높음(다만, 총 18개의 장 중 3장은 구성이 특이하다. 3개의 장면이 연속적으로 교차하며 독자를 휘몰아친다.)

 

1. 줄거리


인간이 사회에 맞는 적절한 인간 집단을 설계해서 생산하는 사회. 인간과 인간은 서로 공유되며, 모두가 자유로운 성생활을 하고, 또 서로가 서로를 소유하지 않고 가족이나 아버지, 어머니의 개념조차 없는 사회.

화학적 처리가 잘못된 알파 플러스 계급의 버나드 마르크스는 사회에 알 수 없는 막연한 불만과 의문을 품고, 성적 매력이 넘치는 감마 계급의 레니나 크라운과 함께 야만인 보호 구역으로 여행을 떠나 존을 만난다.

야만인 보호 구역은 현실의 우리네와 같이 사회 구성원이 가족을 이루고, 어머니가 출산을 하고, 서로의 소유를 인정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념의 일반적인 사회이다. (물론 소설에서는 원시부족으로 표현되기에 단순히 보면 현실의 원주민 부족 정도로 보면 되겠다.)

야만인 보호 구역에서 존과 함께 돌아온 버나드 마르크스, 그리고 버나드의 친구인 헬름홀츠 왓슨은 서유럽 총통인 무스타파 몬드와 대면하여 멋진 신세계의 실체를 알게 되나, 실체의 문제를 온전히 이해하는 인물과 그렇지 못한 인물이 나뉘게 되며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선택을 하고 살아가거나 자살을 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2. 특징

 

1) 인간 생산 공장


소설 속 '부화-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에서는 인간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세계국의 표어인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을 추구하기에 최적화된 공장이다.

'보카노프스키' 처리를 통해 하나의 난자에서 최대 96명의 인간이 생산된다.
이들은 모두 일란성 쌍둥이다.

일련의 공정을 통해 여러 계급에 맞는 인간을 생산하며,
이 공장을 운영하는 인간들 역시 이러한 공장에서 태어나는 인간이다.

2) 계급


계급은 알파 - 베타 - 감마 - 델타 - 엡실론 등 5개로 나뉘어 있고,
다시 계급별로 더블 플러스부터 마이너스까지 세분화된다. 크게 중요하진 않다.
계급은 주로 그들의 복장 색깔로 표시된다.

단지 이 계급이 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생산 공장에서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고,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된다)

알파 계급은 사회 지도층이 되며, 발육 상태가 매우 좋고, 여러 환경적 열성을 배제하고 태어난다.
반면 엡실론은 사회 최하위층이 되며, 발육 상태가 매우 나쁘고, 여러 트라우마를 가지고 태어난다.

3) 행복


소설에서는 알파도, 감마도, 엡실론도 모두가 행복하다.
알파는 (정해진 한계 내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고 책임도 질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마는 적절한 근무시간만큼 일을 하고 여가 시간은 국가에서 장려하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며,
엡실론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일(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고된 일)을 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거짓 행복이 아니라 전심으로 그렇게 느낀다.

왜냐하면 부화-습성 훈련 공장에서 여러 화학적, 물리적 작용을 통해 태아에서 유아기 때부터 그렇게 체화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엡실론은 자신이 알파나 베타가 아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감마 역시 자신이 감마여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자조적인 감정이 아니라 진심에 의한 당연함이다.

4) 소마


소마는 마치 프로포폴+진정제+우울증치료제의 성능을 합친 것과 같은데,
소마를 다량 섭취하면 일정 시간 수면을 하며 매우 행복한 꿈에 잠겨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적당히 섭취하면 우울하고 불행한 감정이 모두 사라지는 만능약이다.

사회의 안정화를 위해 국가가 권장하는 합법적 마약이며, 국가에서 배급한다.

5) 부작용자 탄생


인간 생산 공장에서는 간혹 공정상 실수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인물 속 레니나가 다른 생각을 하다가 태아유리병에 주사를 놓지 않는 등..

이로 인해 부작용을 가진 인간이 간간이 탄생하는데,
버나드 마르크스가 그런 예이고, 그의 알파 플러스로서의 치명적 부작용이 초중반 소설의 전개를 주도하게 된다.

6) 2차 세계대전


이 소설은 1932년에 발표된 작품.
그리고 이 소설 속 사회가 만들어진 배경은 9년 전쟁이라고 불리는 세계대전, 영국 박물관 가스처형 대학살 사건 등으로 인한 피해와 질서를 효과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변화한 사회체제에 있다.

그리고 소설이 아닌 우리 역사에서는 1939년. 멋진 신세계의 소설 속 전쟁이나 대학살과 흡사한 제2차 세계대전이 실제로 일어난다.

물론 인간 생산 공장은 현실이 되진 않았지만,
위의 인간을 로봇으로만 바꿔 놓고 보면 사실 이미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

3. 감상

 

1)


"인간은 선택을 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선택의 대가가 점점 크게 느껴지는데, 때로는 부담이 되어 이를 회피하고자 무감각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의 무감각과는 상관 없이 유형으로든 무형으로든 대가는 치르게 되더라.

멋진 신세계에서의 인간들은 비록 설계된 인간이지만 그들도 선택은 한다.
단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사전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현실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차피 각자의 삶의 궤적에서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잘 살아오다가 대뜸 완전히 이상한 선택을 하는 경우는 드무니까.

멋진 신세계에서는 먼저 전쟁과 학살을 선택하는 바람에 사회 체제가 급변했고,
그 사회 체제가 본연의 인간성을 제거하고, 유도하는 바람에 걱정과 불행이 없는 천편일률의 사회가 되었다.(어쩌면 이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만, 알파나 베타가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는 남겨지지 않는 사회임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버나드는 극한의 행복과 쾌락을 추구하는 바람에 역시 반대로 급격한 추락을 맛보게 된다.
존은 자유를 선택하는 바람에 수많은 헬리콥터를 마주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신념을 쫓아 스스로 불행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는 없다.
나의 신념만이 절대선은 당연히 아닐 것이므로 확신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 만화를 보면 선과 악은 뚜렷이 대비되는 것이었는데,
세상을 살다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그런 마당에 불완전한 내가 가지는 신념이 과연 완전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2)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누구나 행복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행복한 것이 곧 보편적인 것이 된다.
하지만 행복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행복해질 수는 없는 것이니.
멋진 신세계에서의 인간은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 태아 시기부터 개조당하고,
성장하면서도 무의식 중에 수만번, 수십만번의 반복 교육을 받는다.

인간을 개조하고, 반복 교육을 실시하는 인간조차도 역시 똑같은 처리를 당한 인간이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느끼기에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비록 인간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사실 걱정 없이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불행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짐하는 버나드 마르크스조차 막상 현실로 닥치는 불행 앞에서는 회피하게 된다.
오히려 존과의 동행으로 인해 출세의 길을 걷게 된 버나드는 그가 가장 비난하던 그들의 모습을 순식간에 닮아간다.
그는 이윽고 자신이 비난하던 그들보다 훨씬 더 그런 인간이 되게 된다.
불행을 당당히 대면하려던 그조차도 행복의 길 앞에서는 다른 곳을 볼 수 없는 것이다.

행복이 최선인 사회에 속한 개인은 불행할 권리도, 능력도 없다.

오로지 소속된 적이 없고 소속될 의사도 없는 존만이 불행해질 권리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행복한 사회 앞에서 개인이 맨정신으로 버티기에는 너무나 가혹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복한 사회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스스로의 선택을 한다.

우리 사회도 여러 개념들을 선으로 규정하고 알게 모르게 강요한다.
과거에는 다수가 소수에게 강요했다면,
요즘에는 소수가 다수에게 강요하는 세상이다.
어떤 생각이든 나쁘고 좋고를 떠나서, 과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스스로의 선택을 온전히 할 수 있는 인간인가를 생각해본다.

3)


디스토피아이지만 현실보다 암울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를 이야기

멋진 신세계에는 과학이 없다.
기술적 과학은 있으나 미래를 관통해 나아가는 탐구적.창조적 과학이 없는 사회이다.
탐구가 없으므로 역사도 고전도 없고,
창조가 없으므로 예술도 정신도 없다.
사회 구성원은 모두 안정된 사회의 지속을 위해 소모품으로 쓰일 뿐이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주어진 역할에서는 점점 더 숙달되어 가는 마치 전문가적 사회이지만,
아무도 주어진 것 너머를 궁금해하거나 바라보지 않는다.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진 사회이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지향하고,
각자의 개성이 아닌 동일성만을 인정하며,
변화와 발전이 아닌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회.
자유로운 인간인 존의 외침은 그들에게는 가닿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자유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며,
자유를 얻기 위해 기존의 속박된 삶이 부셔져야 한다면 차라리 자유에 폭력을 행사하는 게 그 사회이다.

한편 우리네는 점점 각박해져가는 인간상, 풍족한 사회에서 궁핍해져가는 개인, 더이상 복잡한 건 알고 싶지도 않고 단순해지고만 싶어지는 생각들, 급변하는 기술을 따라갈 수 없어 주저앉고 마는 상황.
우리도 겉모습만 다를 뿐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인간성에 대한 회의가 드는 요즘. 그렇다면 차라리 최소한 인간으로서 불행이나 걱정을 느낄 필요가 없고, 어느 계급에 속하든, 가진 게 많든 적든 만족하며 삶을 살 수 있는 멋진 신세계가 나름대로 유토피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물론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이 소설에서도 지배계층인 알파 계급은 극소수라는 점을 상기하면 절대 피하고 싶은 세상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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